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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s child has far to go..

juju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3

해피쵸코 2005. 8. 1. 15:40

 

여러날 동안의 악몽과 느닷없는 몽천댁 할머니의 출현에 관한 의문을 풀기에 앞서
별로 내세울것 없는.. 어쩌면 약간 잔혹스럽기까지한
우리집안의 계보를 잠깐 짚고 넘어가지 않을수가 없는것은..
자칫,손주에게 몹쓸짓을 한 할머니로 오해를 받을지도 모를
몽천댁 할머니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뭐 그리 멀리 올라갈 것도 없이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 그러니까
우리 할아버지는 3남1녀중의 둘째 셨다.
큰 할아버지는 일제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하시다 젊어서 요절하셨다.
슬하에는 자식이 하나 있었으나 어릴때 죽었다 한다.
큰 할머니는 훗날 내가 태어나는것 까지는 보고 돌아가셨다.

둘째셨던 우리 친할아버지는..
어린 자식을 둘이나 잃고 난뒤 좀 늦게 우리 아버지를 보셨는데..
원인 모를 "경기"로 죽어 넘어가는 아버지를.. 목을 땃다나 어쨌다나 하여
겨우 살려놓고는 호적을 큰집에 양자로 올려놓으셨단다.
아버지가 다섯살 되던해 돌아가시고 이듬해 할머니도 돌아가셨다.

작은할아버지 또한 결혼은 하였으나 자손을 보지 못한채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이 막내 할아버지의 안식구가 바로 그 몽천댁 할머니다.
몽천에서 시집을 왔다하여 모두들 몽천댁 할머니라 불렀었다.
그러는 중간 중간에 그 윗대.. 그러니깐 증조부모 께서도 돌아가셨다.
그 계속되는 죽음이 모두 몽천댁 할머니가 시집을 오고나서 부터 시작이 되었으니
할머니는 시집을 오자마자 십수년 동안을 상복을 입고 지내셨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예전엔 모두 3년 상을 치렀으니까..
단 한분.. 부모와 세 오라버니를 잃은 고모할머니께서는 여전히 건강하시다.

다행히 겨우 목숨을 보전한 우리 아버지는..
큰할머니와 작은 할머니, 즉 몽천댁할머니 두분이 키우신거다.
큰 할머니는 잃기는 했어도 아들은 하나 낳아 봤지만
작은 할머니는 아이 하나 낳아보지 못한채 혼자가 되셔서 그런지
아버지도 귀애 하셨지만.. 후에, 어쩌다 한번씩 시골에 내려갔던 내 동생을
내가 질투가 날 만큼 엄청 더 이뻐 하셨었다.

결혼을 하고.. 내가 태어나자 마자 서울에 올라와 자리를 잡으신 우리 아버지는
집안이 모두 졸 하고 혼자 남게 되었으니..
온 집안의 제사를 전부 다 도맡아야만 했고
그 뒷감당은 고스란히 우리 모친의 몫이었다.
지금은 3대를 지내지만 우리 어릴땐 5대까지 지냈는지라
우리집은 일년 열두달 제사가 끊이질 않았다.
명절까지 해서 어떤달은 두번 세번 지낼때도 있었다.
얼마나 힘겨웠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시골에 혼자 남으신 몽천댁 할머니는 어느해 큰 병을 얻으셨고
우리집에 모셔왔으나 여러달 동안 별별 흉한모습을 다 보이시다가
나 혼자 집을 지키고 있던 어느날.. 홀연히 돌아가셨다.
우리 모친은 그 할머니 때문에도 참 많이 힘이 드셨었다.

작은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고모할머니와 먼 친척 어르신들께서는
그간 여러가지 힘든일을 감당해온 우리 부모님에게
돌아가신 작은할머니의 장례는 되도록 간단히 치르고..49제 같은 형식도 생략하자는
당부의 말씀이 계셨다.
심각한 병수발로 지쳐있던 우리 부모님은 그런 당부의 말씀을 감사히 받자왔으나
훗날 두고 두고 후회가 되셨다고 한다.

각설하고..
이제 그 신내린 아줌마의 말을 들어보기로 하자.
혹시 최근에 동생에게 집안 또는 친척의 잔치나 제사의 음식을 가져다 먹인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고 보니 한달전쯤 친척의 결혼식에 갔다가 떡을 나누어 주길레
가져다 다같이 먹은적이 있노라고 하였더니..
그때 그 잔치에 구경온 작은할머니의 혼령이 그 음식에 묻어 왔다는 것이다.
죽은자의 혼백은 제사에만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결혼식 같은 경사에도 구경을 온다는 것을 나는 그때 첨 들었다.

여럿이 구경 왔다가 다들 돌아갔는데 할머니는 손자가 너무 보고싶어 따라와서는
낮에는 벽장속에 숨어 있다가 밤이면 몰래 내려와 자는 손자를 쓰다듬었노라고..
이쁘다고 쓰다듬는데 왜 그리 고통스러운 거냐고 했더니
저승손이 가시손이라 귀신은 쓰다듬고 있는데도 사람은 아프게 느껴지는 거라고..
얼마나 손자가 그립고 이뻤으면 죽어서도 못잊어 찾아왔는지..
참으로 안타깝고 불쌍하기 그지 없는 일이 지만서도..
산자와 죽은자는 함께 살 수 없음을 어쩌겠는가..

그일을 그렇게 해결보고 나서는
동생은 그방에서 예전처럼 편안히 잠을 잘수 있었고
다시 악몽 같은건 꾸지 않았다.
다만 지금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은..
그날밤 비몽사몽간에 내가 만난 그 검은 그림자는.. 할머니의 것이었는지..
아니면.. 1%쯤 캥기는 맘을 떨치지 못하고 잠들었던
내 나약한 본심의 산물인지 하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