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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s child has far to go..

juju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2

해피쵸코 2005. 8. 1. 15:38

 

얼마나 잤을까..
새벽 두 세시쯤 되었을까..
어디서 싸아한 기운이 느껴지면서 나도 모르게 눈이 떠졌다.
낯선 느낌에 주위를 둘러볼 겨를도 없이 어디선가 나타난 검은 그림자는
내 가슴 언저리에 걸터 앉아 나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왼쪽 머리맡에 있는 벽장에서 튀어나온듯 싶었다.

이게 지금 꿈인지 생시인지..
순간 나는 올것이 왔나보다 싶었다.
"엄마!!.. 나타났어여!!.."
있는 힘껏 외쳐댔으나 그 절절한 문구는 소리가 되어 나오지는 못했다.
점점 숨이 막혀오고..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입만 움직일뿐 소용이 없었다.
사지를 내리 누르는 검은 그림자에서 벗어나 보려고 아무리 몸부림을 쳐봐도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는 상황이 얼마나 흘렀는지..

그 와중에도 난 이게 대체 누구일까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대체 무슨 사연으로 동생을 괴롭혔을까에 생각이 미치자
누군지 꼭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결심이 섰고..
사정없이 몸을 비틀어 빼내 보려 애를 썼다.
그러다 어찌된 일인지 한쪽팔이 빠져나오면서 마구 기운이 솓구쳤다.
어둠속에서도 얼핏.. 얼굴에 무슨 복면을 쓴것처럼 보이는 검은그림자는
갑자기 두팔을 휘젓는 내 모습에 적잖이 당황하는듯 했다.

나는 기회를 놓치기 전에 서둘러 그가 뒤집어쓴 복면을 벗겨냈다.
누군지 정확히 알수는 없으나
손끝에 전해지는 그 까칠하고 얼음처럼 차갑던 얼굴의 감촉은..
지금 생각해도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듯..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부르르..

얼굴을 들켰다고 생각했는지.. <사실은 안들켰는데..ㅎㅎ>
검은그림자는 어디론가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
사방은 고요했고.. 아까의 그 차가운 공기도 가신듯 했다.
그런데 난 꼼짝을 할수가 없었다.
숨소리 조차도 죽인채 한참을 눈만 말똥말똥 사방을 살피는 일 밖에는..
아무도 없는듯 했지만 내가 소리를 내거나 움직이거나 하면 어디선가
나타날것만 같아 어찌할바를 몰랐지만.. 암튼 어떻게든 그방에서 나가야 했다.

그렇게 숨죽이고 누웠다가 나는.. 베개를 끌어안고 번개같이 그 방을 빠져나와
내방으로가서 무슨 중노동이라도 한 사람처럼 피곤에 지쳐 스러져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젤먼저 달려온 우리 모친은 밤사이 있었던 일을 전해듣고는
사태가 만만치 않은가보다 생각하신듯 했다.
동생은 그저.. 너두 별수 없지 싶은 눈치 였으나
내가 어지간히 간덩이가 부은 아이라는걸 모친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번다시 그 방에선 자고싶지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몇일 편안히 엄마랑 함께자던 동생이..
이젠 엄마품에서 마저 뜯겨져나와 목을 졸리우기에 이르른 것이다.
동생은 점점 피골이 상접해 갔고 눈물로 하소연을 하기에 이르렀지만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집안엔 어른들이 거의모두 일찍 변을 당하신지라
마땅히 의논할 곳도 없었고.. 그때마침 아빠도 해외출장 중이시라
우리 모친은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니시며 방법을 모색해 보기로 했었나보다.
그러던 어느날
동네 사는분의 사돈의 팔촌쯤되는 사람하고 이웃한 사람이라나 누구라나..
최근에 갑자기 신이 내린..
그래서 한밤중인건 새벽녘이건 밖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만 들었다 하면
정신없이 뛰쳐나가 사흘이고 나흘이고 어느 산을 헤메다 오는지 알수가 없는..
아직 개업은 안했지만 곧 무당이 되고야 말..
그런 요상한 아줌마를 하나 불러오기에 이르렀다.

사실 우리 모친은 그저 중요한 날에만 절에 다니며 마음을 다스리는 정도로
뭐 그리 열심인 불교신자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미신따위를 믿으며 경고망동할 어리석은 아낙도 아니었는데..
애지중지 키워온 심약한 2대독자 아들녀석이 저렇게 비쩍 비쩍 말라가는데..
게다가 대입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앞에두고 그런 몹쓸일에서 허우적 거리는데..
도대체 못할짓이 뭐랴 싶다고 하셨다.

그날 아침..
한 사십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그 신내린 아줌마가 들어오고
마루에는 그저 큰 시루떡에 서슬퍼런 식칼.. 그리고 물주전자였나..
암튼 푸닥거리를 위한 간단조촐한 상이 차려졌다.
우리식구와.. 구경하러 온 사람들인지 몇명이 더 있었는데..
마루 귀퉁이에 한자리씩 차지하고 눈과 귀를 세웠다.

신내린 아줌마는 칼을들고 춤을추다가 물을 뿌려대고..
무슨 귀신을 불러내는 주문인지 시끄럽게 한참 정신을 빼놓더니만
갑자기 주저 앉으면서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지금과는 전혀다른.. 그러나 우리식구의 귀에는 너무도 익숙한..
그로부터 몇해전 돌아가신 몽천댁 할머니의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는게 아닌가..
헛..

그 신내린 아줌마는.. 아니 몽천댁 할머니는..
아니 누가 누군지 모르게.. 혼자서 한참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누구와 싸움을 하듯 밀어내고 밀치고 하는듯한 몸짓을 하기시작했다.
상황으로 보아 신내린 아줌마는 몽천댁 할머니를 쫓아내고 있는것 같았다.
할머니는 죽어도 안나가겠다 읍소를하고
신내린 아줌마는 할머니가 손자 잡으려고 하시냐며 호통을 친다.

한참의 몸싸움 끝에 할머니는 쫓겨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씩씩 가쁜숨을 몰아쉬던 아줌마는 이제 됐다며
다시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나서는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뭔지 끄적인 종이를 불에 태우고는 그 재를 물에타서
아까부터 혼자 방구석에 쳐박아 두었던 동생에게 먹이자
멍청한듯 무표정한 동생의 눈에서는 알수없는 눈물이 닭똥처럼 뚝뚝 떨어졌다.

나중에 왜 울었냐 물으니 운게 아니란다.
그냥 눈에서 저절로 눈물이 쏟아지더란다.
신내린 아줌마와 우리는 자리를 정돈하고 앉아 서로간에 사연을 정리해보면서
긴 악몽의 이유와 느닷없는 몽천댁 할머니의 출현에 대한 의문을 풀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