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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s child has far to go..

juju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1

해피쵸코 2005. 8. 1. 15:36

 

"집안에 억울하게 죽은 조상이 많습니다..
편안히 좋은세상 가시게 천도제를 지내줘야 합니다..
그래야 따님을 살립니다.."
몇주전인가.. 우연한 장소에서 만난.. 스스로 승려라 칭하는 정체불명의 여인이
우리 모친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말이다.
그러니 여기서 따님이라 함은 곧 나를 일컬음이다.

그런 찝찝한 소리를 듣고 난 후 줄곧..
이걸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참으로 여러날을 밤낮없는 갈등으로 시달렸었다.
사실인즉 우리집안 조상중엔 젊어서 요절한.. 또는
태어나서 엉금엉금 기다가 세상 땅 한번 제대로 밟아보지 못한채 먼길을 떠나버린
처량한 영혼들이 좀 많은지라..
아무리 사이비 승려처럼 생긴이가 던진 말이라 해도
무턱대고 무시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날 몇일을 전후좌우 따져가며 고민하고 상의하다 내린 결론은..
"못들은걸로 치자" 였다.
사실 우리 집안에서는 그간에도 그일로 신경쓰이는 일이 여러차례 있어
모친이 자주 다니시는 절에서 두어차례 천도제를 지낸바도 있었으려니와
앞으로 더 필요하다면 그곳 스님과 의논하여도 되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난 정말 귀신이 있는걸까 어쩐걸까 이생각 저생각을 해보다가 문득
오래전에 겪은 귀신같은(?) 이야기가 생각나
오늘처럼 우중충한 날에 되새김질 해보고 싶어 이런글을 쓰게 되었다.

나보다 세살 아래인 남동생이 고3 되던해..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동생은.. 안그래도 입이 짧은데다..
생일이 일러 학교를 한해 일찍 들어간 탓인지
제 친구들보다 체구도 작고.. 또 심성도 여린 아이었는데..
어느날 부턴가 눈에띄게 부쩍 더 야위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고3인걸 감안한다 쳐도 이건 좀 심하다 싶어
보다못한 우리 모친이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건지 가만가만 조심스레 물으셨더니..
밤에 잠을 못잔지가 벌써 여러날째 된다고..
밤마다 누군가 나타나 목을 조르는데..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고..
처음 몇일 당한 후에.. 제깐엔 머리를 굴려 엎드려서 자봤는데
사나흘 괜찮더니.. 이번엔 엎드린 사람을 뒤집어놓고 목을 조르는 통에
이젠 잠들기조차 무섭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동생은 아무래도 자기방에 누군가 다른사람이 있는거 같단다.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겁이 없고 용감한 나는..
이일이 별일이 아님을.. 시험을 앞둔 중압감에 그저 좀 가위에 눌렸던것 뿐임을
나라도 나서서 꼭 증명해야만 할것같은 사명감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저녀석 오늘 엄마가 델구 자여.. 내가 오늘 그방에서 잘테니..
야.. 너.. 오늘 누나가 그방서 자구 아무일 없으면.. 낼부터 딴소리 없기다..
저렇게 심신이 허약해 가지구설랑..쯔쯔.." 히히

나라는 여자가 원래 강심장이기로 집안에서도 정평이 나있던 터라
우리모친.. 좋은 생각이라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무렵 단독주택에 살고있던 우리는 고3 벼슬을 달고있는 남동생에게
제일 널찍하고 큰 방을 쓰게 해 주자는데 이견이 없었지만
장녀인 나로서는 내심 부럽고 심술이 나던 터였던지라
정원이 훤히 내다보이는 창넓은 그방에서 잠들수 있음을 은근히 즐겼다.

저녁을 먹고나서 동생은 그방에 얼씬도 하기 싫었는지 한번 들어오지도 않았고
나는 저녘내내 이리뒹굴 저리뒹굴 하면서 책도보고 음악도 듣고..
아주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말 아무런 두려움도 없었다.
12시를 알리는 라디오 시보가 나오고도 한참후..
내가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눕기 전까지는..

막상 어둠속에 드러누우니.. 좀 뒤숭숭 하기는 했다.
정말 괜찮을까?
정말 목조르는 사람이 나오면 어카지?
에라.. 그럼 나두 졸라야쥐..흐흐

그렇게 뒤척이다 나도모르게 잠이 들었나보다.
헉..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