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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s child has far to go..

juju

우정.. 인내와 허무

해피쵸코 2006. 5. 2. 17:22

어느 봄날 오후 '경'은 K로 부터 이상한 전화를 받는다.

단순히 만나서 먹고 마시고 떠들자는 속셈은 아님이 분명 하다는걸 알면서도

정작 아무런 이유도 모르는체 만나자는 제안에 OK한다.

 

K는 뭐랄까...

'경'은 K에 관해 조금은 아는 것이 있다고 믿는다.

물론 K도 '경'이 알고 있는것 만큼은 '경'에 관해 알고 있으리라 여긴다.

상당 부분의 오해를 포함해서..

뭐.. 아무래도 좋았다.

 

다만 그날의 만남에 관해 약간의 추측을 허락할 뿐이었다.

하지만 익히 K의 성격을 알고 있는 '경'으로서는 그 추측 또한

거의 사실을 빗나가리라는것 까지도 예상 못한 것은 아니다.

 

막상, 그날, 그자리가 되고 보니...

'경'은 약간은 즐거우면서도 또한 서글퍼지기도 하면서 허무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우습기도.. 창피하기조차 하다.

 

둘은 Y대학교 앞의 자그마한 까페에서 자리를 마주했다.

그리고 이어 촌스럽게 앉아 저녁을 먹고

또 커피를 마시기 위해 이곳 저곳 옮겨 다니는 동안

K의 끊임없는 질문 공세와 고백(???).. 그런것들에 접하면서

'경'은 마치 얼마전 본 그 영화속 제이를 연기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점점 의지력을 잃어간다.

 

K는 자신의 그런 행동들이 '경'으로 하여금

얼마나 부담스럽고 힘겹게 만드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듯 하다.

'경'은 그점이 몹시 힘겹고 못마땅 하다고 느끼면서도

K에게 전혀 내색하지 못한다.

어쩌면 '경'은 그러한 K의 행동들이 혹 의도적인 계산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는걸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쨋든 '경'이 그리도 힘겨웠던 근 네시간여를

K는 매우 만족한 결론으로 마무리 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경'은 단지 그 이유만으로 스스로를 달랠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이후로 다시 K와 마주할 기회가 없기를 바라는 것으로

그 시간들을 잊어버리려고 작정한다.

 

하지만 머지않은 어느날에 다시 K와 '마주보기' 할 수 밖에 없을거란 예감이

불안으로 남는다.

그래서 또한 잊혀질수 없음을 깨닫는다.

 

어쩌면... '경'은 매우 불행한 여자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