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인데 등산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으랴 생각했지만 역시 휴일은 휴일이라..
일찌감치 서두르길 잘 했어..
7시 좀 넘어 출발 했는데.. 가는 내내 도로도 여유로왔고.. 주차도 그렇고..
무엇보다 아침의 알싸하고 신선한 공기를 흠씬 마시며 천천히 걸을수 있어 더욱 좋았다.
몇해전 늦가을.. 남한산에서 검단산까지 단풍을 보며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두둑히 쌓인 낙엽길을 오래도록 걸었던 멋진 기억으로 남아있는 곳..
오늘은 성곽을 따라 편한 걸음으로 한바퀴 걸어볼까 하고..
여기도 이런 곳이 있네.. 만해 선생의 흔적은 여기저기 많기도 해라..
종각 근처에서 만난 꼬마가 종알종알 일러준 지름길로 고불고불 오르다 보니 금새 다다른 수어장대.. 우리는 여기서부터 성벽 한바퀴를...
수어장대는 지휘와 관측을 위한 군사적 목적으로 지은 일종의 망루같은 곳인데.. 이곳에 함께 지었던 5개의 장대중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라고..
해발 500m가 좀 넘는 산 위에서 내려다 보는 저 아래는 그리 멀지가 않다... 가까이 위례 신도시와.. 멀찌기 주책없이 높은 롯데의 신축건물이 보이고..
점점 무성해지고 있는 신록들은 안구정화를 시켜 주고..
오래된 소나무의 짙은 향기는 온몸을 씻어낼 듯 싱그럽다..
첫번째로.. 우익문인 서문.. 삼전도의 굴욕이 서린곳.. 안팎으로 한번 살펴 보고 나오는데..
붉은 융단이 펼쳐진 듯.. 활활 타고 있는 영산홍의 바다..
털썩 드러눕고 싶은 충동을 느낄만큼 빼곡히..
이 주변을 지나는 잠깐동안 눈은 더더욱 호사를 누렸다..
아직은 아침.. 숲 그늘은 공기가 차서.. 코 끝이 빨갛게.. 콧물도 훌쩍..ㅎ
곧이어 연주봉..
연주봉은 이렇게 저만치 옹성을 새로 쌓아..
그 끄트머리에도 한번 올라서 보고..
전승문.. 북문은 다시는 전쟁에서 패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전승문이라 이름 붙였다는...
문 아래로 내려서서 옆쪽 사잇길로 다시 전진..
대부분 완만하지만 가끔은 약간 가파른 오르막도 지나쳐야 한다.
동장대터로 이르는 길이 아마도 제일 가파른듯..
동장대터를 지나 벌봉으로 이르는 갈림길에 뒤늦은 진달래가 아치를 드리우고 있네...
라일락 처럼 짙은 향기를 내뿜던.. 지금은 다 스러져 버린 이 꽃 이름이 뭐랬더라.. 써 있었는데..
벌봉으로 이르는 길은 폐허가 된 듯 옛 성의 흔적이 여기저기 흩어져.. 돌아나오는 길을 잃어 한참 헤맸단 말이지...
다시금 동장대터로 나오는 길을 찾아 나올무렵 무사 귀환을 반기듯 산철쭉이 환하게.. ㅋ
요쯤에서 간식을 하고 다시금 긴 발길을 옮긴다.
초파일을 준비하는듯 색색의 연등으로 장식한 장경사 대웅전..
대웅전 옆에 조성된 마니차.. 금강경을 새긴 경통들을 돌리며 지나가면 불경을 한권 읽는 공덕이 쌓인다나.. 불교의 윤장대와 비슷한..
나는 어쩐지 소박하고 정갈한 이쪽 건물이 자꾸만 더 눈길이 갔는데..
일주문을 나와 동문을 지나.. 도로를 건너서 다시 남문으로 이르는 길은 꽤나 지루하게 길었다..
남문을 통과하면 아기자기 꽃동산이 펼쳐진다..
여기저기 어린애들이 소란스레 진을 치고 있어 공원을 둘러보는 일은 생략..
막 움트기 시작한 산수유 나무가 보이는 이 집의 묵사발은 너무.. 너무 맛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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