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정암 에서의 풍성한(?) 저녁식사와.. 절절끓는 잠자리 덕분에 개운한 새벽을 맞았다..
벌떼처럼 몰려든 인파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며 대충 고양이 세수를 마치고..
큼지막한 주먹밥 도시락을.. 덤까지 얻어 첫새벽에 어둠을 헤치고 나섰다.
어둠이 가실 무렵 당도한 전망좋은 너럭바위에 앉아 즐거운 아침식사를 마치고..
멀리서 떠오는 태양을 바라보며 씩씩하게 내리걷다 보면..
희운각 대피소가 눈에 들어온다.. 산꾼들의 아침식사 준비하는 소리가 음식향과 더불어 요란스럽다.
이것이 만물상 이라고? 지난번에도 봤지만 뭔지도 몰랐네..ㅋ
오늘 새벽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그럴리가.. 역시 오늘도 청명함을 보장 받은듯.. 아아.. 하느님이 보우하사 쵸코 만세..ㅋ
드디어 공룡능선으로 접어 들었다.. 히야.. 멀리 멀리 다 보인다..
몇년전 여름.. 이곳을 다녀간 적이 있긴 하다.. 이름하여 우중산행..
안개비 속에서 사방이 오리무중이라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는데.. 오오.. 이런 이런.. 단풍이 초 절정이네.. 수채 물감을 흩뿌린듯..
발빠른 진사님들이 저만치 금지구역을 차고 들어가 다들 손놀림이 바쁘다..
한구비 한구비를 돌때마다.. 한바탕 황홀경에 빠져 버린다..
첩첩이 골골마다 점점 붉게 타들어 가고 있는..
저 모습을 못봤으면 어쩔뻔 했느냐 말이지..
고개 고개 넘어설 때마다 또다른 절경에.. 힘들어도 힘든줄을 모르고..
힘겨운 걸음 걸음은 거짓말 처럼 더욱 빨라지기만 한다..
황홀 하지만 힘겨운.. 능선의 절반쯤 왔을 무렵..
주말 새벽 산행을 시작했을 무리들이 점 점 눈에 띄기 시작 한다. 에고.. 눈이 한자나 들어갔네.. ㅋ
얼마나 또 높이 올라가려고 이렇게 긴 내리막 인지.. ㅋㅋ
가도 가도 끝날것 같지 않은 힘겨운 고개의 연속이.. 이런 눈요기가 없었더라면 얼마나 힘겨웠을지.. 그때 처럼.. ㅋ
울산 바위가 성큼 가까운걸 보니..으으응..^^
절경을 사진에 담으려.. 사람들은 절벽 끝의 위험을 조금도 마다 않는다.. 그래서 나도.. ㅋ
땀에 절고.. 바람에 부대끼고.. 달아 오른 얼굴은 식을줄을 모른다.. 아이고.. 고생이 많다.. ㅋㅋ
이 고생을 왜 하냐고 누가 묻는다면..
그냥.. 좋아서.. 무작정.. 산이 좋아서 라고.. ^^
설악.. 높고 깊은 산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왔다..
돌아다 보니 뭔지 모를 뿌듯함이..
마등령 삼거리에서 꿀맛같은 주먹밥 도시락을 해치우고 나서.. 그보다 더 꿀맛같은 얼음동동 막걸리를 나눠 주신 분.. 진짜진짜 감사합니다.. ㅋ
비선대로 향하는 길.. 돌아다 보니 지나온 공룡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런 곳을 넘어 왔다니.. 스스로 뭔지모를 뿌듯함과 대견함이..ㅋ
이렇게 시간이 여유로울줄 알았으면 봉우리 몇 개 더 올라서 보는건데.. 아쉽 아쉽..
이제 다시 단풍 짙은.. 깊은 골로 들어 선다..
이틀 내내 질리도록 봤으니 지겹기도 하련만.. 어째 더욱 이쁘기만 하다..
아.. 여기만큼 왔구나.. 이곳 만큼은 확실히 기억이 난단다.. 비록 그때 이 근처에 피어있던 그 꽃은 없지만.. ^^
마등령을 지나 비선대로 이르는 길은 쉴새없이 가파른 내리막이다..
그땐 이런 길로 올라왔다니.. 얼마나 힘겨웠겠냐고... 하지만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다.. 아름다운..
멀리서 비구름이 몰려 오는듯.. 사방이 점점 어두워 진다..
멀리 저편으로 천불동 계곡이 눈에 들어온다..
비가 내리기 전에 금강굴에 올라갔다 와야 하는데.. 오르며 자꾸 뒤를 돌아다 본다..
금강굴 전망대에 이르니 계곡이 한층 가까이 눈에 들어 온다.. 나도 빨리 발 담그고 싶어라..
밑에서 짐작한것 보다 훨씬 높은곳에 자리한 금강굴.. 굴 주변의 핏빛 담쟁이가 기괴함을 자아내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죽어라 올라갔는데.. 좀 허무 하기도 하고.. 합장기도 두번하고 단숨에 뛰어내려 왔다..
신흥사로 이르는 숲길.. 여긴 아직 여름이다.. 녹음이 뿜어내는 향기가 여름의 그것 보다 한층 더 짙었던..
산행을 마치고 외옹치항에 들러 회 한접시를 놓고 소주잔을 기울일 무렵.. 예고에도 없던 장대비가 쏟아졌다..
아아.. 마지막 까지 모든게 너무 멋지게 맞아 떨어지잖아..
어둑해 지는 작은 포구에서.. 시끄러운 빗소리와 함께.. 긴 시간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냈다..
'산.. 그리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자 바다로.. (0) | 2012.12.29 |
---|---|
민둥산, 지억산 (0) | 2012.10.14 |
설악산.. 한계령에서 봉정암까지 (0) | 2012.10.05 |
망양정 &... (0) | 2012.08.12 |
울진.. 주변 나들이 (0) | 2012.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