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시간이 맞아 떨어져 모 산악회의 대간꾼들과 함께 백두대간의 한 자락을 걷는 기회가 있었다..
화방재~장군봉(태백산)~깃대배기봉~차돌배기~석문골~애당리에 이르는 16Km 정도의 비교적 완만한 구간이다.
태백산은 겨울이 제맛 이라고 늘 여겨 왔지만.. 여름의 태백산도 그에 못지 않은 또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굵은 뼈대 만으로도 충분한 멋이 있지만 무성한 푸르름을 덧입으니 더욱 당당한 풍모가 느껴지는 주목의 군락과..
그 안에 들어서면 대낮인지 어스름 저녁인지 분간이 안될만큼 빽빽하고 울창한 향기로운 숲..
낯설지만 소박하고 아름다운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 푹신한 흙의 감촉..
그 모든것 들이 겨울에 오면 하나도 느낄수 없는 것들 이기에..
다만 아쉬운 것은.. 낯선 이들과의 동행 인데다.. 대간길은 일반 산행로와는 좀 별개로 깊은 숲속을 해맸어야 하는지라..
태생이 길치인 나로서는.. 차에서 내리자 마자 속보로 내달리는 그들을 놓칠세라 너무 열심히 걸은 탓에..
그 모든 즐거움 들을 눈에만 담았을뿐.. 기록으로 남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는 점...
하긴, 그 덕분에 16Km 이상의 긴 거리를 4시간 남짓에 주파하는 미친(?) 체력의 한계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야 말았다는.. ^^
가파른 오르막을 한참 오르다 맨먼저 만난 쉼터.. 여름의 주목은 이런 것이구나..
천제단에 이르자 저마다 무슨 소원을 비는지 돌아가며 절을 하고 합장 기도를 하느라 모두들 분주하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이라지.. 죽어서도 여전히 아름다운 주목.. 근데 너무 멀다.. ㅋ 앞꼭지 쫓아 가느라 쉴틈이 없어서리..ㅋ
이건 뭐.. 시작부터 얼마나 달렸는지.. 벌써부터 파김치가 된듯..
겨울엔 여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못찍었지만.. 오늘은 반드시 인증샷을.. 눈요기는 대충 여기까지가 끝이다..
이제부턴 계속 이런 빽빽한 숲의 연속이다.. 어떤곳은 아예 길이 보이지도 않아 풀숲을 헤치며 가기도 한다. 또 얼굴에 생채기를.. 에잇.
새소리, 바람소리, 나무와 풀의 향기, 작은 꽃의 향연, 그리고 푹신한 흙의 감촉을 즐김과 더불어.. 이름모를 많은 종류의 벌레와 사투를 벌이며 정신없이 걷는다.
쉰다고 하는게 그저 이렇게 서서 몇초간 두리번 거리다 물한모금 마시는게 전부..
물어보니 3분의 2쯤 왔나보다 하신다..
몇시간 만에 하늘한번 올려다볼 짬인지..ㅎ 자작나무와 단풍나무의 잎사귀들이 햇살아래 반짝인다.
석문동으로.. 이제부터 기막힌 너덜길로의 하산이다.. 제멋대로 굴러떨어진 돌사이..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골인지.. 아이고 내 관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얼마나 달렸는지 배가 등에 닿을지경.. 그러나 돌아다 보니 울창한 푸르름은 또 여전히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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