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0.
트레킹 2일차.
프랑스어로 '높은 길'이라는 의미의 '오뜨루트'는 코스 전체의 길이가 190km에 달한다고 한다.
혜초가 엄선한 길은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4,810m)이 있는 '샤모니'에서 시작하여 알프스 3대 미봉 중 하나인 '마테호른'(4,478m)이 솟은 '체르마트'까지.. 고도 2,000m~3,000m 사이 최고의 하이라이트 구간 90km라는데..
이번 우리 팀은 스위스 관광청과의 조율에 힘입어 마지막 코스인 '체르마트' 대신 스키와 보드의 천국인 빙하마을 '사스페'로 사전에 일정을 조정 했었다.
그리고 혜초와의 일정이 끝난 후 우리끼리 느긋하게 '체르마트'를 즐길 수 있는 일정을 따로 마련 하였다.
각설 하고..
오늘은 '루비' 산장(2.230m)을 시작으로 '디쓰'(2,146m)까지 이르는 14km를 예정으로 표고차가 +800m, -890m 라 하니.. 얼마나 많이 올라가고 내려가야 할지.. 만만치 않은 여정이 될 듯 하다.
'루비' 산장에서 바라 본 '그랑꽁뱅'의 모습.. 아직 구름이 걷히질 않아 선명하진 않지만..
가면서 날이 개면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거라 생각 했었다.
일찌감치 준비를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른 아침의 '루비' 호수는 거울처럼 맑고 잔잔했다.
호숫가를 따라 걷다가 멈춰선 뷰포인트..
여기서 일행 모두가 찍고 찍히고.. 돌아가며 사진을 남기느라 한참을 지체했던..
이만큼 올라와서 보았을땐.. 곧 구름이 걷히겠거니 했다..
맑은 아침 공기와 더불어 시야가 점점 깨끗해 지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높은 산 깊은 골의 날씨는..
그리 쉽게 단정 지을 수 있는게 아니었다.
멀찌기서 부터 다시 구름이 살 살 내려 앉기 시작..
좀 전 까지 보이던 '그랑꽁뱅'과 주변 산군이 점점 희미해 지더니 이내 사라져 버렸다.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 했고..
'콜 데 루비'(2,921m)에 이르러서는 모진 바람과 함께 겨울 같은 한기 마저 느껴졌다.
다시 내리막을 따라 이동한 곳은 빙하가 만들어낸 검은 사막 '그랑데세흐'..
신비한 빛을 자아내는 빙하호와 어우러진 '모레인' 지대이다.
스틱을 집어 던지고 온몸으로 커다란 바위를 밀어 부치기도 하고.. 물을 잔뜩 머금은 검은 자갈돌에 미끌어 지기도 하며 다들 한두번씩은 엉덩방아를 찧었다는 후일담..
몇번을 오르고 내리며 험난하고 긴 코스가 이어지는 동안..
아련한 비구름 속에서 희미하게 흐려진 주변 풍경은 어딘가 약간 비현실 같은 것이 몽환적 이기까지 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나름의 운치와 분위기가 있어..
하필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오늘이라 좀 힘들긴 해도 즐길만한 그 무엇이 있어 그닥 힘든줄도 몰랐다..
다시 힘겹게 오른 너덜지대 꼭데기는..
'콜 데 프라플레리'(2,987m).. 뭐지?.. 다 온것 같은 이 기분은.. ㅎㅎ
그러나 사실.. 가야할 길은 아직 멀었다..
좀 색다른 지형이 시작 되나보다 할 때쯤.. 멀리 '아이벡스'가 나타났다.
알프스 지역에선 그저 흔한 야생 염소일 뿐이라는데.. 내겐 완전 낯선 형상이라 어딘지 신비감 마저 느껴질 정도 였다.
가까이서 보면.. 요렇게 생겼다. 오~! 멋져멋져~ ㅋ
나중에 보니 알프스 산악마을의 식당이나 그 외의 많은 집들이 지붕 밑 외벽이나 실내에도 '아이벡스'의 머리나 뿔로 장식되어 있는걸 흔히 볼 수 있었다.
'아이벡스'의 신비한 모습을 눈에 담고.. 다시금 길을 재촉 한다.
누렇게 시든 가운데 새로 돋아난 풀들이 파릇파릇.. 그 속엔 알 수 없는 손톱만한 야생화들..
저 멀리에선 쉼없이 빙하가 녹아 흐르고 흘러내린 물은 희뿌연 호수를 만들어 내고..
검은 모레인 지대가 만들어낸 이 황량한 풍경이 빗속에서 처연하게 빛난다.
저 위 조그맣게 보이는 집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날씨 탓으로 운행 중단.. !!!
이제 이 험난한 계곡을 따라 걸어 내려가야 한다.
멀고 먼 이 계곡 너덜지대를 내려오는 동안 우리의 길잡이 니꼴도 두어번 지도를 펼쳐 들고 루트를 확인 해야만 했었다.
그 와중에도 무심히 흘러내리고 있는 빙하 폭포..
한참을 내려왔나 싶으면
또다시 올라가고...
올라가서 보면 또 내려가야 하는...
구비구비 먼길을 따라 오르 내리며 발바닥이 얼얼해 옴을 느낄때 쯤..
거대한 봉우리 사이에 갇혀 신비한 옥빛을 자아내던 호수.. 디스 호수에 다다랐다.
우리가 쉬어 갈 산악 호텔은 디스댐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어.. 저 구절양장 포장길을 걸어서 내려가야 한다지 모얌..
그러나.. 오늘 여러모로 고생이 많았던 우리는.. 어차피 내일 아침 다시 걸어 올라와야 할 이 길을 굳이 걸어야 할까..
케이블카를 제안.. 아니 우겼고.. 요청은 받아들여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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