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 랜치' 부근에서 오르막으로 시작 하여 '사우스 림' 까지 이어지는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은 약 16km 거리로 고도차가 1,317m에 이르는.. '그랜드 캐년' 일정중 가장 난이도가 있는 코스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건 중간에 화장실 뿐 아니라 식수 보급 시설까지 있어서 체력 안배와 수분 보충이 용이 하다는 점..
또 한번의 써스펜션 브릿지를 건너면 완만한 오르막이 시작 된다..
배도 채웠겠다 차디찬 계곡물에 발도 한참 식혔겠다 사기가 뿜뿜이다..
태양이 머리 꼭데기에 올라 왔어도 높은 암봉에 가려 간간히 그늘도 드리워 주었기에 걷는데 무리가 없었다.
이쯤에서 이어지던 두터운 층의 모랫길.. 먼지처럼 곱고 푹신한 모랫길을 얼마나 한참 걸었는지..
씨름선수 훈련 하는 것도 아니고 먼지까지 먹어가며 한참 고생을 했더랬다. 그런데 여기서 뜀박질 까지 하는 애는 뭐임? ㅎㅎ
'컬러레드'인지 '콜로라도' 인지 강이라고 하니까 강인데 저 흙탕물에서 보트 타는것 까진 이해가 갔지만..
옆구리 샛강에서 수영복 입고 뛰어드는 애들도 여럿 보았는데.. 납득이.. ㅎㅎ
한참 강줄기를 따라 걷다 절벽 안쪽으로 꺾어지면 색다른 풍경이 이어진다. 여기 어디쯤 에서 물었었지 '인디언 가든'이 얼마나 남았느냐고.. 몇시간 더 가야한다고 했다.
그래도 가다가 돌아보면 유구한 협곡 본연의 모습..
20억년 지구의 역사가 층층이 스며 있는 이 거대한 현장에 서있는 나란 존재는.. 어디 점 하나 남길 수 있으려나.. 땀방울은 좀 스몄을.. ㅎㅎ
죽자고 걷다가 문득 내려다본 지나온 길.. 믿기지 않는.. ㅎㅎ 한발 한발 걷다보면 사람이 못갈 곳이 없구나.. 또 한번 깨달음..
뭐야 너무 멋지잖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지..
여기 무슨 난리가 있었던 걸까.. 샌드위치 조각처럼 뚝뚝 떨어져 나온 이 암석들은.. 충돌 하고.. 뽀개지고.. 이리저리 밀리고.. 그러다 원래 그랬던 양 또 자리 잡았겠지..
어디 시골 마을쯤 온것 같은 풍경.. 신록의 푸르름이 반겨 주던 곳.. 딱 봄이다..
얕은 개울물을 건드려 봤다.. 뙤약볕 아래서도 제법 찼던..
그렇게 정겨운 시골마을 같은 길을 한참 또 걸었다.
거대한 지층의 무게.. 한번 버텨 보려고.. ㅎㅎ
계곡을 따라 오른던 길 끝에는 작은 폭포와 소가 있었다.. 무슨 훈련을 하는지 숏츠만 입고 뛰던 학생들이 뛰어들까 말까 서로 떠들며 고민 하던 장면이 기억 난다..
여기도 엄청 씩씩한 모녀 한쌍.. 시야에서 멀어지던 순간까지 내내 경보 수준으로 달렸다..
아치를 드리운 '인디언 가든' 입구의 나무가 예쁘다.
'인디언 가든'은.. 뭐 특별히 꾸며진건 아니고.. 커다란 정수시설과 폭포처럼 쏟아지던 음수대.. 화장실.. 그리고 여행자가 쉬어갈 벤치와 테이블이 곳곳에 놓여 있는게 전부였다. 우리도 여기서 대충 식사를 하고 얕은 계곡에서 또 한번 발을 식혔다.
별로 못생긴 다람쥐 한마리가 계속 주변을 맴도는가 싶더니 누군가가 던진 사과꼭지를 잽싸게 낚아 채 꼼짝 않고 앉아서 먹기에 여념이 없다. 먹이는 절대 주지 말랬는데..
앞에 두 팀이 먼저 출발 하고.. 우리는.. 크리스와 함께 뒤에 도착한 팀이 전투식량을 신기하게 끓여 식사를 시작하는 걸 보고 천천히 출발 했다.
중간 이상은 올라 오지 않았을까.. 꼭데기가 멀지 않아 보이는데..
여기쯤 이었나.. 기막힌 길이 내려다 보이는 절벽 아래 그늘에서 앞서간 두 팀을 차례로 만나 한참 휴식을 취한곳이..
더위를 식히고 등짝이 서늘해 질 때쯤 일어나 남은 길을 서둘렀다.
한참을 걷다 돌아 봐도 그자리가 그자리 인듯 길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Almost there..! " 쉬고 있는 우릴 보고 지나가던 청년이 외쳤었지.. 그러나 천만의 말씀.. 그도 이곳의 stranger 였음이 분명해..
낮게 드리운 오후의 구름이 너무 예뻐서..
가파른 오르막을 얼마나 더 걸었을까.. 마지막 구간의 터널..
이제 정말 다 왔나 싶었지..
완주의 쾌재가 터져 나올 만큼..
그런데 웬걸.. 이제 질척 거리는 눈길과의 사투가 또 한참.. 그깟 아이젠 더럽히는게 무슨 대수라고 꺼내지도 않고.. 벌벌 매느라 진땀좀 뺐더랬지..
혹여 벼랑 아래로 미끄러 질까봐 안쪽 벽으로 바짝 붙어 걷는 사람들..
드디어 위험 구간도 끝~.
어제 저녁에 미리 익혀 두었던 길.. 완주가 끝났다.. 해 넘어 길이 더 얼기 전에 도착해서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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