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 하고 해가 뜬 아침.. 날씨가 정말 좋으려니 했다..
오늘은 쿠에르노스 산장에서 그란데 산장까지 약 16.5km 구간이다... 토레스 델 파이네 W트레킹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라고 했다.
파이네 봉우리 3총사와 여러 호수들이 어우러진.. 풍광 좋은 길이다.
햇살 너머 저쪽 봉우리에 먹구름이 잔뜩..
호수 건너편 설산 봉우리에도 짙은 구름이 드리우고.. 어째 불안 불안 하더라니..
밤새 강풍이 몰아쳐 요란한 바람 소리에다 산장이 흔들거리는 통에 잠을 설친 터라.. 털모자 까지 챙겨 쓰고 중무장을 하고 나섰다..
W트레킹의 중간 지점인 이탈리아노 캠핑장.. 프란세스 전망대까지 이르는 계곡이 가파르고 힘들어서 그런지 여기다 짐을 내려 놓고 이동 하라는데..
날씨가 점점 수상 해 지더니.
이때부터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
우리가 지나온 길이 안개 비로 온통 희뿌옇다.. 사람들이 비에 대비한 단도리를 시작한다.
거센 바람을 맞아 한쪽 방향으로 쏠려 자라난 나무들이 우스꽝스러움을 넘어 기괴하기 까지 하다..
비는 점점 더해 오고 우리가 가야할 길도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여기서 프란세스 전망대까지 왕복 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네.. 이 계곡 구간이 너무 아름다워 트레킹 코스중에 핵심이라 반드시 걸어 봐야 한다고 했건만..
힘들여 간다 해도 이런 날씨라면 아무것도 볼 수 없을거란 판단.. 여기까지 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길을 돌렸다.. 물론 간혹은 올라간 사람도 있었지만..
비만 아니었어도.. ㅠ.ㅠ 먼 길 간다고 새벽밥 먹고 나온 노력이 허사가 되다니..
하지만 가는 길이 한결 여유로와 졌다.
이탈리아노 캠핑장 앞에서 방향을 바꾼다.. 여긴 한번에 두사람씩만 건너라는군..
위쪽 빙하에서 흘러 내려 손을 담그기가 겁날 만큼 차가운 계곡물이 빗 속에서 더욱 요란한 소리를 낸다...
여긴 나무가 왜 죄다 이모양 인가 했더니..
몇년전 화재로 인해 국립공원의 7%가 소실 되었었다고 한다.. 그래도 시간이 흘러 제 스스로 푸르름을 되찾고 있는 숲이 기특하고 신기하다.
이곳에 캠핑을 왔던 청년이 용변을 처리하고 휴지를 태우려는 순간 강풍에 휴지가 날아가 이 건조한 곳을 초토화 시키게 되었다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하긴.. 이 장구한 트레킹 코스에 산장 말고는 따로 화장실이 없으니.. 여긴 온 천지가 다 자연 화장실인 셈이다.
이탈리아노 캠핑장에서 이곳 스코츠버그 호수 전망대 까지 이렇게 굴곡진 길을 걸어왔었나.. 그런데 그란데 산장까지는 얼마나 남았단 소린지.. ㅎㅎ
모두 한쪽으로 누워 자란 나무들이 호수쪽에서 불어오는 이곳의 바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표현해 주고 있는듯 하다..
한눈 팔며 걷다가 잠깐이라도 중심을 잃으면 바람에 밀려 넘어갈 지경이다.
마침내 페오에 호수가 보이기 시작..
예기치 않게 단축된 오늘 트레킹의 마침표.. 파이네 그란데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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