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다 지났는데 날씨는 아직 겨울이다..
이 겨울이 긴 건지.. 나이 먹어가는 내가 추위를 더 타는 건지..
움츠린 몸이 좀처럼 풀어지질 않는다..
그래서 봄맞이 하러 남쪽동네로 먼 길을 나섰건만.. 그곳도 산꼭데기 까지 이르기엔 봄이 아직 게으르다..
아무리 겨울이 길어도.. 어김없이 봄은 다시 온다..
따뜻한 볕 아래 파릇파릇한 새순이 돋아 나는걸 보면.. 나도 모르게 알 수 없는 희망이 솟아 나는듯..
빽빽하고 황량한 숲이지만.. 푹신하고 보드라운 흙길이 어찌나 따스하고 포근한지..
고개를 들면 이따금.. 하늘하늘 가녀린 진달래 꽃잎의 날아갈듯 한들거리는 모습.. 눈물나게 이뻐라..
소박해도 너~무 소박한 생강나무 꽃도 봄의 전령이지..
막 돋아난 새순과 드문드문 피어난 산꽃들을 살피다 보면 어느덧 조계산 최고봉.. 장군봉이다. 꽤 높이 올라왔네..
멀리 한바퀴 돌아보니 겹겹의 부드러운 능선들이 한없이 이어진 모습에.. 마음 크기가 한 뼘 더 넓어지는 느낌.. 부디 느낌만이 아니기를..
길 한가운데까지 점령한 얼레지의 무리들이 씩씩하다..
갈수록 넓어지는 계곡의 물이 어찌나 맑던지.. 그대로 한 줌 퍼서 마셔도 될듯..
산 아래쪽 마을에 가까와질 무렵 나타난 보리밥집.. 조계산엔 지도상에 보리밥집도 여럿.. 재밌네..
산에선 사람구경을 못했는데.. 다들 여기 모여 있었네.. 7천원 한상이 푸짐하게도 차려 나온다.
금일 휴업인 아래쪽 보리밥집 입구에 이제 한창 피기 시작한 개나리가 예쁘다..
저 가느란 서어나무와 튼실한 상수리나문지 떡갈나문지는.. 언젠가 곧 연리목이 되고야 말 것 같아..
굴목재를 넘어 내려가는 길은.. 천년불심 송광사길이라 표시된 험난(?)한 길..
험난한 너덜길 가운데서도 이따금 만나는 봄꽃들이 큰 위로가 된다..
절집 가까이 내려오니 쌓아둔 장작더미와 널어놓은 시래기 줄기가 사람 사는곳 같네.. 겨우내 많이 소비 했나봐..
그 다음엔 시원하게 펼쳐진 대나무 숲길..
안쪽은 발 들여놓을 틈 없이 엄청 빽빽하네.. 아.. 난 이래서 걷는게 너무 좋아..
흙이며.. 나무며.. 꽃이며.. 바람이며.. 벌레까지.. 사랑스러운.. 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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