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지리산.. 화창한 주말 모처럼 큰맘 먹고 먼 길을 나섰다.
원래 계획은 성삼재를 시작으로 노고단 고개를 넘어 임걸령과 노루목을 지나 삼도봉과 반야봉까지의 왕복 산행..
그러나 초파일을 앞둔 주말의 도로사정이 여의치 않았던데다.. 노고단 고개의 통과시간 통제를 미리 체크하지 못한 탓에 허무한 발걸음을 돌려
무넹기에서 화엄사 쪽으로 하산하는 바람에 기나긴 너덜길에 발바닥만 혹사 시키며 어이없는 산행을 마쳐야 했다.. ㅠ.ㅠ
성삼재 탐방지원센터 앞.. 귀여운 반-달고미 캐릭터가 산객을 반긴다.
성삼재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길은 거의 아스팔트 수준.. 초입부터 수많은 인파를 헤치며 요리조리 빠져나와 겨우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다.
계곡이 보일 무렵 부터는 완만히 돌아가는 평탄한 길과 가파른 돌계단의 지름길을 선택하는 갈림길이 몇차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넉넉한 화장실과 식당을 구비하고 있는 노고단 대피소..
그런데 이게 웬.. 천왕봉의 관문이 12시를 기하여 닫혀 버렸지 뭐야... 20분이나 지난 상태.. 차에서 내린게 11시 50분 이었으니.. 날아 왔어도 어림 없을 시간.. 흑흑.
갑자기 멘붕이 와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좌우를 둘러보니 뭔지 모를 돌탑과..
노고단 정상으로 향하는 입구가 보이는데.. 여기도 통제시간이 적혀 있는건 잘 이해가 가질 않는..
일단 노고단 정상이라도 밟아 보기로..
1,500m 고지의 언덕엔 이제 진달래가 막 피어나기 시작.. 그런데 이런 데크.. 난 정말 맘에 안듦.. ㅋ
이런 큰 산에 오면 구비구비 출렁이는 산세를 둘러보는 재미가 있지..
갈 길은 막혔으나 노고단 정상에라도 올라 섰으니 그나마 위안을 삼아야 하나..
저기 어드메쯤 반야봉이 보이려나..
천왕봉 정상석도 가물가물 보이는 듯 했는데..
펜스 너머에는 cctv 같은것도 설치되어 있는듯.. 뛰어 넘어 가고 싶은 마음이 싹 진정 되었다.. ㅎㅎ
다시.. 왔던 길을 거슬러..
무넹기.. 여기 갈림길에서 화엄사로 내려가는 길은 정말 길고 피곤 했다.
가도 가도 도무지 길다운 길이 나타나질 않고 계곡을 따라 끝도 없는 바위 너덜길을 걷느라 발바닥이 화끈 거릴 지경..
그래도 신록의 푸른빛에 흠뻑 젖을수는 있었던 시간..
제법 길다운 길이 시작 될 무렵..
깊은 숲속에 웬 근사한 카페가 나타났다..
찰떡을 듬뿍 얹은 팥빙수가 참 맛났다.
몇몇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던 여기 차디찬 계곡에서 돌바닥에 시달린 두발을 한참 담그고 식혀 주었다..
편안히 산책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는걸 보니.. 이제 화엄사가 가까왔나 보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이런 저런 행사를 준비하는 화엄사는 많이 분주해 보였다.
대웅전 앞에는 많은이들의 소망이 담겨있을 오색 연등의 행렬이 장관이다.